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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시간 불륜의 틈에서 피어났지만 끝내 이름에 붙이지 못한 감정왕가위의 영화 를 처음 보면, 많은 사람이 ‘불륜 영화’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립니다. 주인공인 차우(양조위)와 수리첸(장만옥)은 각각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뒤, 같은 아파트 복도에서, 좁은 골목에서, 비 오는 길목에서 자꾸만 마주치면서 서서히 가까워지게 됩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드라마틱하게 불륜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 길을 살작 비켜갑니다. 둘은 서로를 위로하고, 상대의 배우자가 어떻게 만났을지 연기해 보다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외로움과 결핍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선(관계를 가지지 않음)을 넘지는 않습니다. 이 관계는 “사랑입니다”라고 선언되는 순간보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2026. 1. 12.
갈증, 딸을 찾다 발견한 지옥 같은 진실 실종된 딸을 쫓아 한 남자가 밟아 들어가는 지옥은 표면적으로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포장지를 찢고 나면 거의 지옥도에 가까운 세계가 펼쳐지는 영화입니다.주인공 후지시마 아키카즈는 한때 형사였지만, 아내의 불륜 현장을 차로 들이받는 바람에 인생이 내려꽂힌 인물입니다.집도, 가족도, 직업도 잃고 지금은 경비원으로 겨우 일하며, 우울과 분노 사이를 오가는 반쯤 망가진 상태죠.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전처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고등학생 딸 카나코가 사라졌다는 것. 아키카즈는 오랜만에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인 듯 집착적으로 딸을 찾아 나서지만, 발을 디딜수록 딸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학교에서 카나코의 평판은 “신 같다”는 말이 나올.. 2026. 1. 12.
기타노다케시, 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아사쿠사 키드 북적이던 아사쿠사 극장에서 시작된 한 무명배우의 꿈넷플릭스 영화 는 거칠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익숙한 ‘키타노 타케시’의 아주 먼 과거에 대해, 놀랄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되짚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방송국이 아니라, 도쿄 아사쿠사의 작은 스트립극장 무대 위에서 시작되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TV에 나오는 코미디언을 동경하던 타케시는 우연히 들어간 극장에서 전설적인 코미디언 후쿠미모토를 만나고,그 자리에서 인생이 통째로 방향을 틀어 버립니다. 돈도 없고 숙련된 재능도 없는 신입 단원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무대 매너를 배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 감독’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흥미롭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거창하게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저 젊은 타.. 2026. 1. 9.
행복 목욕탕, 점점 사라져 가는 엄마가 남긴 온기 사라질 준비를 하는 엄마와 다시 모이는 가족2016년 개봉한 나카노 료타 감독의 영화 은 제목만 보면 따뜻한 가족극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보고 나면 마음 한쪽이 오래도록 저릿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야자와 리에가 연기한 엄마 ‘후타바’가 있습니다.남편은 대단치도 않은 이유로 집을 나가 버렸고, 후타바는 딸 아즈미와 둘이서 편의점 일을 하며 겨우 생활을 이어 갑니다. 팍팍하지만 어떻게든 버티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에게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예고됐지만, 영화는 여기서 통속적인 슬픔이나 오열을 선택하지 않습니다.대신 후타바가 그 이후에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후타바가 내.. 2026. 1. 8.
어느 쪽이 아버지일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던지는 질문 완벽해 보이던 아버지가 시험대에 오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는 한 남자의 인생을 뒤집어엎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대형 건설회사에서 잘나가는 엘리트 건축가, 도쿄 도심의 고급 맨션, 깔끔한 아내와 ‘모범적인’ 아들까지.료타는 겉으로 보기엔 성공과 안정, 체면을 모두 갖춘 전형적인 엘리트입니다. 하지만 여섯 해 동안 제대로 된 휴가도 못 가고, 아이 양육은 대부분 아내에게 맡긴 채, 아들은 자신의 인생 설계 도면에 맞춰 키웁니다. 일찌감치 학원에 보내고, 좋은 학교를 목표로 관리하면서도, 어딘가 경쟁심 없고 순한 아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죠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키워 온 아이가 친자가 아니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의 세계는 갑자기 흔들리게 됩니다. 그동안 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 2026. 1. 8.
조용한 동네에서 경험한 사람 치히로상 전직 성매매 여성이 작은 분식집 사장님이 되었다. 영화 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바닷가에 있는 작은 동네, 그 안의 허름한 분식집, 그리고 그 가게를 지키는 한 여자, 치히로.하지만 이 인물의 이력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치히로는 과거에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은 그 과거를 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분식집을 운영하며 살아갑니다.영화는 이 설정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런 과거가 있는 사람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만 시선을 고정합니다.동네 사람들은 그녀의 내력에 대해 궁금해하고 수군대기도 하지만, 치히로는 딱히 변명하지도, 스스로를 미화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만든 도시락과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밥을 건네고, 우연히 마주치는 이웃들의 삶에 .. 2026.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