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 보이던 아버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한 남자의 인생을 뒤집어엎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대형 건설회사에서 잘나가는 엘리트 건축가, 도쿄 도심의 고급 맨션, 깔끔한 아내와 ‘모범적인’ 아들까지.
료타는 겉으로 보기엔 성공과 안정, 체면을 모두 갖춘 전형적인 엘리트입니다.
하지만 여섯 해 동안 제대로 된 휴가도 못 가고, 아이 양육은 대부분 아내에게 맡긴 채, 아들은 자신의 인생 설계 도면에 맞춰 키웁니다. 일찌감치 학원에 보내고, 좋은 학교를 목표로 관리하면서도, 어딘가 경쟁심 없고 순한 아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죠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키워 온 아이가 친자가 아니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의 세계는 갑자기 흔들리게 됩니다.
그동안 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키웠던 아이가‘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달라질 수 있는지, 이 남자는 냉정한 성격과 자존심, 그리고 익숙한 성공의 논리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 들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아버지라는 역할을 얼마나 얕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큰 사건을 소재로 삼지만, 실은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아주 사적인 질문을 파고드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나의 피와 타인의 핏줄 두 가족이 보여주는 상반된 가족의 모습
아이들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료타 가족은 군마의 소도시에 사는 또 다른 가족과 만나게 됩니다.
조건만 놓고 보면 두 집은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도쿄 중심의 고급 아파트와 안정적인 고소득 직장, 그리고 한적한 동네의 작은 전파상과 빠듯한 살림. 료타는 처음부터 상대 아버지 유다이를 대놓고 ‘나보다 아래’로 평가합니다.
돈도 없고, 계획도 없어 보이고, 말투도 가볍고, 심지어 농담 섞인 보상 이야기를 꺼낼 때는 아예 진지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보고 있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다이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장난을 치고, 함께 자고, 함께 뛰어놀고, 사소한 일에도 같이 웃어 줍니다. 어른의 권위보다는 “같이 노는 어른”에 가까운 존재죠.
반대로 료타는 좋은 아파트와 고급 차, 엄격한 규칙을 내세우지만, 정작 아이와 나란히 앉아 눈을 맞추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누구의 집이 ‘더 잘산다’고 단정하기 보다는, 피가 이어졌다는 사실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쌓인 일상과 접촉의 무게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서로 바꿔 지내 보는 과정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정말 부모 자식 관계를 결정하는 건 유전자일까, 같이 보낸 시간이 아닐까?” 하고요. 두 가족의 대비를 통해 영화가 집요하게 붙잡고 있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관계는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피인가, 아니면 함께 보낸 날들일까?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핏줄도 중요하지만 같이 함께 보낸 시간도 중요하다는 점 입니다.
아버지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료타는 점점 자신이 믿어 왔던 것들이 하나씩 깨지는 경험을 합니다.
혈연이면 언젠가는 닮아갈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 돈과 능력만 있으면 더 나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착각, 일은 대신할 수 있어도 ‘아버지 노릇’은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사실까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효율과 성과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함께 캠핑을 떠나고, 장난을 치고, 같은 눈높이에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그는 뒤늦게야 “아버지 역할도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임을 몸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도 쉽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아이의 입에서는 여전히 “진짜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오고, 료타는 또다시 가슴을 얻어맞는 경험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떠나보냈던 아이의 빈자리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고, 결국 스스로 선택했던 ‘혈육 우선’의 결정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게 되죠.
마지막에 두 갈래 길에서 서로 다른 높이로 걷던 아버지와 아이가, 끝내 하나의 길로 합쳐지는 장면은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수와 후회와 다시 손을 내미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되어 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거창한 말 대신, 이 과정을 조용하고 길게 보여 주면서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주게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