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별일 없는 하루가 마음을 움직 때

by jay kimu 2026. 1. 13.

아무 일도 없는 하루,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할가?

일본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주 조용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목처럼, 하루를 어떻게든 버티고 집에 돌아와 씻고, 밥 대충 먹고, 핸드폰 보다가 잠이 듭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비어 있는 느낌.

이 영화는 바로 그 감정에서 시작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정말 단순합니다.

예전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온 한 여자가, 지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부모님에게는 아직 퇴사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자신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특별한 꿈도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크게 무너져 울지도 않습니다.

 

그냥, 숨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계속 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라고 할까요?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보통의 드라마처럼 큰 사건을 하나 던져 놓고 거기서 갈등을 확대하는 방식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고도 없고, 극적인 이별도 없고, 누가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바꿔 주지도 않습니다.

 

화면에는 그저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 집에서 혼자 밥 먹는 모습, 고장 난 커튼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 방 안을 천천히 비춥니다. 얼핏 보면 “이게 다야?” 싶을 수 있지만, 묘하게도 영화를 계속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이 영화 속 주인공이 우리와 아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정도면 됐지 뭐” 하며 적당히 사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이게 정말 내가 원한 삶이 맞나?” 하고 묻는 사람들과 퇴사를 고민해 봤거나, 이미 퇴사를 했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유 없이 허전했던 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첫 10분만 봐도 곧바로 공감이 됩니다.


거창한 위로 대신, 밥 먹으면서 나누는 수다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한 친구의 등장입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던 주인공 앞에 우연히 예전 친구가 다시 나타납니다.

둘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그렇듯,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냈어?”, “요즘 뭐 해?” 같은 너무 평범한 말들 말이죠.

그런데 이 아무 내용 없어 보이는 대화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이 둘은 서로의 삶을 깊이 파고들지 않습니다.

 

“왜 회사 관뒀어?” 하고 집요하게 캐묻지도 않고, 억지로 힘내라고 떠밀지도 않습니다.

그냥 같이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아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웃습니다.

언뜻 보면 SNS에서 가볍게 흘러가는 일상 브이로그 한 편을 보는 기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시간이 주인공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서서히 느껴집니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아주 작은 변화들을 시작합니다.

몇 달째 방치했던 고장 난 커튼을 다시 고쳐 달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 조금 덜 경직되고, 예전보다 표정이 부드러워집니다.

 

영화는 이 변화를 크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자막으로 “그녀는 이렇게 성장했다”라고 써 주지도 않고, 감동적인 음악을 깔지도 않습니다. 그저 전에 비해 조금 더 환해진 얼굴을 조용히 보여 줍니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힘이 아닐까요?

 

우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위로는, 거창한 조언이나 “넌 할 수 있어” 같은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냥, 만나고 나서도 피곤하지 않은 사람, 같이 있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사람들

 

이 영화는 그 존재를 아주 담백하게 그려 냅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멋진 명대사보다는 “나도 이런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움과 그래서 더 현실감으로 다가오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러닝타임이 약 75분인 짧은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더 중요합니다.

화면 대부분을 채우는 사람은 카라타 에리카가 연기한 주인공 이이즈카입니다.

 

이 캐릭터는 어디에 두어도 잘 튀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하고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회사에 들어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나온 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대충 하루를 때웁니다.

겉으로는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눈빛 안에는 지친 기색과 미묘한 슬픔이 섞여 있습니다.

 

카라타 에리카의 장점은 바로 그 눈빛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계속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일만 하던 그녀가, 친구를 다시 만나면서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웃음이 크지 않아서 더 인상적입니다.

 

“아, 이 사람 진짜 조금 괜찮아지고 있구나”를 관객이 먼저 알아차리게 되는 식이죠.

친구 오오토모를 연기하는 이모우 하루카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축입니다.

실제로 두 배우는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둘이 함께 있는 장면들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오래 못 본 친구 사이 특유의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이 서서히 풀리며 나오는 편안한 웃음이 과장 없이 그려집니다.

감독은 대사도 배우들의 실제 말투에 맞게 다듬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느낌보다, 정말 옆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수다 떠는 걸 우연히 엿듣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영화 전체를 보면, 이 작품은 사실 “줄거리를 설명할 필요가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편의점 알바, 집-편의점-집, 그리고 친구와 만난 하루. 정말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조용히 말해 줍니다.

 

요즘처럼 외로움을 당연하게 느끼는 시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이상하게 더 지쳐 버리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아주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큰 사건도, 큰 눈물도 없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조금 덜 비어 보이는 영화. 그런 작품이 바로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입니다.


영화 정보 & 출연진 

  • 제목: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 개봉: 2024.05.29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일본
  • 러닝타임: 75분
  • OTT: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웨이브 등

출연
- 카라타 에리카 – 이이즈카 역
- 이모우 하루카 – 오오토모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