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실린 시속 300km 열차의 속도로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신칸센 대폭파>는 설정만 들어도 긴장이 확 올라가는 작품입니다.
도쿄로 달리는 신칸센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열차 속도가 시속 100km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바로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전제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쉽게 말하면, 멈출 수도 없고, 느리게 달릴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거죠. 복잡한 일본 철도망 위에서 이런 속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거대한 미션처럼 느껴집니다.
관제 센터는 선로와 신호를 조정하느라 정신이 없고, 기관사와 승무원들은 눈앞의 승객을 지키기 위해 온갖 선택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테러범은 1,000억 엔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정부와 심리전을 벌이고, 실제 화물 열차를 폭파해 협박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해 버립니다.
단순히 ‘열차가 위험하다’ 수준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속도가 조금만 떨어질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긴장이 자연스럽게 유지됩니다.

기관사와 함께 현장의 실시간 시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75년 동명의 일본 영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만든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이 이후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품인데요,
히구치 신지 감독은 단순히 옛 영화를 따라 하는 대신 시선을 살짝 비틀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냅니다.
예전 작품이 경찰과 테러범의 두뇌 싸움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버전은 신칸센 기관사와 종합 사령실 직원들, 그리고 열차 안에 갇힌 평범한 승객들에게 무게 중심을 둡니다.
가장 앞에서 브레이크와 스로틀을 쥐고 있는 기관사, 상황을 통제해야 하지만 정치적 압박과 관료주의에 치여 고민하는 사령실, SNS와 여론을 의식하며 움직이는 인물들까지,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또 손을 잡는지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보다가 보면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선택이 서로에게 어떤 결과를 남길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재난 스릴러이면서 동시에 현대 일본 사회의 단면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신칸센의 협조로 완성된 현실성, 사람 냄새 나는 재난영화
이 영화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부분은 아무래도 ‘진짜 같다’는 느낌입니다.
JR 동일본의 협조로 실제 신칸센 열차와 시설을 촬영에 활용하면서, 스크린 속 공간이 세트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타봤을 법한 열차처럼 느껴집니다.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촬영한 장면들과, 실물에 가깝게 제작한 차량 내부 세트, 축소 모형과 특수 효과를 섞어 만든 폭발 장면 덕분에 스펙터클은 크지만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히구치 신지 감독이 <신 고질라>에서 보여줬던, 시스템이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스타일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위에서 지시만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손을 더럽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끝까지 비추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 만듭니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좋은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사람들이 결국에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선한 가능성’이 느껴집니다.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도,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엔 생각보다 묵직한 여운이 남는 재난 스릴러를 찾고 계시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