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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선라이즈, 바다 마을에 남은 쓰나미의 상처와 COVID19 시대

by jay kimu 2026. 2. 15.

낚시 힐링 영화인 줄 알았는데, 재난 이후의 시간을 다루는 이야기였다

넷플릭스 일본 영화 「선셋 선라이즈」는 겉으로 보면 그냥 “낚시 좋아하는 도시 남자가 어촌에 내려와 지내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실제 설명만 보면,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하게 된 도쿄 직장인이 시골 마을 빈집에 들어와 지내며, 낚시도 하고 사람들과 얽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편하게 볼 수 있는 힐링 영화겠거니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이 작품은 코로나와 동일본 대지진과 두 번의 재난이 남긴 상처를 함께 다루는, 깊이가 있는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도호쿠 지방의 가상 도시 우다하마시입니다.

주인공 모모카(이노우에 마오)는 이곳 관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 요즘 지역 문제로 떠오른 ‘빈집 대책’ 업무를 맡습니다.

 

그러다 본인 가족이 쓰나미 이후 사용하지 못하고 남겨 둔 집부터 처리해 보자며, 인터넷에 빈집 대여 글을 올립니다.

그 글을 보고 연락해 온 사람이 도쿄에 사는 니시오(스다 마사키)입니다.

그는 코로나로 회사가 재택근무 체제가 되니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하고 싶어서 우다하마를 찾습니다.

 

둘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어색합니다.

모모카는 도시에서 온 사람이 혹시 코로나에 걸렸을까 불안 하고, 니시오는 허락도 제대로 받지 않고 빈집에 들어왔다가 모모카와 마주쳐 깜짝 놀랍니다.

 

결국 모모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니시오에게 2주 격리를 요구합니다.

니시오는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는데요. 여기까지 보면, 코로나 시기의 풍경을 담은 소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곧, 이 마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곳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의 무게감과 함께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와닿게 됩니다.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그 사이에 들어온 한 사람

모모카의 시아버지 아키오는 어촌 마을에서 배를 몰며, 낚시꾼을 태우고 바다에 나가는 선장으로 입니다.

 

그의 아들, 모모카의 남편과 두 아이는 12년 전 쓰나미 때 파도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니시오가 머무는 빈집은 원래 모모카와 남편, 아이들이 함께 살 집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사람의 기척이 끊긴 공간입니다.

말 그대로 시간도 감정도 멈춰 버린 장소입니다. 

 

니시오는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저 “경치 좋은 어촌 마을의 빈집” 정도로만 여깁니다.

좋아하는 낚시를 하러 나가고, 잡은 생선을 동네 선술집에 가져가 술로 바꾸며 조금씩 마을 사람들과도 엮입니다.

특히 “잡은 물고기를 술과 바꿔 드립니다”라는 가게 앞 문구를 보고 들어가, 고기를 술로 킵해 두는 장면은 이 영화가 가진 소박한 정서를 잘 보여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니시오는 이곳 사람들의 과거와 상처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모모카는 바깥으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뒤 여전히 그 날에 묶여 있는 사람입니다.

시아버지 아키오 역시 겉으로는 거칠게 말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는 “내가 뭘 더 해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죄책감과 외로움이 남아 있습니다.

 

니시오가 이 집에 들어온 것은, 처음에는 그저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를 이용한 잠깐의 도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이 빈집이 가진 사연과 마을의 상처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습니다.

 

회사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경험을 살려, 우다하마의 빈집을 지역 자산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영화는 “낚시 힐링”이라는 가벼운 기대를 넘어서, 재난 이후의 마을이 어떻게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는지에 집중합니다


COVID19 이후의 세계, 그리고 재난을 안고 살아가는 법

선셋 선라이즈」가 흥미로운 점은, 동일본 대지진과 코로나라는 두 재난을 한 화면 안에 보여 주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시간은 2022년 무렵,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입니다. 사람들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외부에서 누가 오는지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동시에, 마을에는 2011년 쓰나미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재난을 과하게 소비하지 않습니다.

쓰나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남겨진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그 후유증을 표현합니다.

비어 있는 집, 혼자 사는 할머니, 괜히 외지인에게 까칠하게 구는 동네 청년들,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웃음을 찾으려는 모모카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재난 이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영화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큰 회사 회장이 작은 어촌 프로젝트에 직접 화상 통화를 연결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금 과하게 이상적인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빈집 프로젝트가 아주 매끄럽게만 풀리는 점도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니시오와 모모카의 관계가, 감정적으로 천천히 쌓이는 과정에 비해 후반부 로맨스 분위기가 살짝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면도 있습니다.

 

둘이 서로에게 정이 쌓이는 건 이해되지만, “사랑”이라고 부를 만큼의 깊은 계기가 충분히 그려졌는지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쓰나미와 코로나를 겪은 시대의 공기를 따뜻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한동안 뉴스로만 보던 재난들이, 이 영화 안에서는 마을과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마지막에 모모카의 시아버지 아키오와 니시오가 배 위에서 「선셋 선라이즈」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거창하진 않지만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듯이, 이 사람들도 각자의 속도로 상실을 안고 다음 날을 살아가겠지 하는 마음이 들게됩니다. .

 

어촌 풍경을 좋아하거나, 쓰나미 이후 일본의 이야기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은 분, 코로나 시기를 다시 돌아보며 “그래도 여기까지 잘 버텼다”라는 위로를 받고 싶은 분에게, 「선셋 선라이즈」는 한 번쯤 볼 만한 일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