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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상처 준 사람과 상처 받은 사람이 다시 마주 보는 순간

by jay kimu 2026. 1. 16.

 왕따 가해자 소년, 과연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처음부터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전학생 쇼코, 그리고 그 아이를 괴롭히던 소년 이쇼야. 보통 영화는 괴롭힘을 당하는 쪽에만 시선을 두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게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왕따의 주범이었던 이쇼야가 스스로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후회와 죄책감에 빠져 있는 모습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다.

어릴 때 이쇼야는 단순히 “재미로” 쇼코를 괴롭힙니다. 보청기를 빼서 던지고, 장난처럼 놀리면서 모욕을 주고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어 관심을 받으려고 했죠.

 

하지만 그 행동의 끝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쇼코는 학교를 자퇴하게 되고, 이쇼야는 거꾸로 그 뒤에 왕따의 대상이 됩니다.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이 업보처럼 돌아온 셈입니다.

 

영화는 여기서 이쇼야를 단순한 “벌 받아야 할 악당”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대신 그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꽤 길게 보여 줍니다

.

친구와의 관계를 끊고,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교실에서도 주변을 모두 “X” 표시로 지워 버린 것처럼 느끼는 이쇼야의 모습은, 왕따 문제를 매우 솔직하게 보여 줍니다.

 

“가해자도 힘들다”라는 말이 아니라, “한 번 저지른 행동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의 시작은 꽤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있어야 뒤에 나오는 만남과 대화들이 더 진지하게 표현됩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서로 마음의 소리를 듣기까지의 긴 시간

이쇼야는 어느 날, 과거에 상처를 줬던 쇼코를 다시 찾아갑니다.

겉으로 보면 “늦었지만 사과하러 왔다”라는 뻔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쇼코는 입 모양과 수화, 공책에 쓰는 글로 소통합니다.

이쇼야도 그 방식에 맞추려 하지만, 서툴고 어색하고 자꾸 실패합니다.

이 영화가 좋은 점은, 사과라는 행위를 단순히 한 장면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쇼야는 쇼코에게 “미안해”라고 말하지만, 그 한 문장만으로는 절대 모든 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쇼코 역시 오랫동안 쌓인 상처와 자책감이 있어서, 누군가가 사과한다고 해서 바로 괜찮아지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스스로를 탓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왕따 문제는 “가해자 vs 피해자”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지는 긴 시간까지 함께 봐야 하는 문제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 줍니다. 

영화 속에는 두 사람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전에 이쇼야와 함께 쇼코를 놀렸던 친구들, 아무것도 못 본 척했던 아이들, 그리고 나중에 둘 곁에 남아 주는 새로운 친구들까지. 각자 마음속에 죄책감과 분노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물들이 서로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때로는 너무 예리해서 보는 사람이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있어야만, 마지막에 서로가 조금씩 “너도 힘들었구나”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위치에 닿을 수 있습니다. 「

 

목소리의 형태」는 결국, “정말로 용서를 구한다는 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건 어떤 마음인지”를 아주 천천히 질문해 주는 영화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진정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을까

제목인 「목소리의 형태」는 단순히 청각 장애를 가진 쇼코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소리를 듣느냐, 못 듣느냐”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이느냐”에 가깝습니다. 쇼코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에 더 예민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분위기가 어두워져도 먼저 자기 탓을 하고, 모두에게서 멀어지려고 하죠. 반대로, 듣는 데 아무 문제 없는 사람들은 정작 서로의 마음에는 귀를 닫고 사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줍니다.

연출 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소리와 침묵을 사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쇼코의 시점에서는 갑자기 소리가 줄어들고, 주변 환경이 조금 멀게 느껴지도록 표현합니다.

반대로, 학교 복도에서 다른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장면에서는 말소리가 과하게 크게 들려, 그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의 마음을 관객도 함께 체험하게 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실 안에서 서로를 피하는 눈빛, 다리 위에서 바람만 세차게 부는 장면 같은 것들이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해 줍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

왕따, 자해,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마음이 여린 분들에게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도 놓지 않습니다.

완벽한 해답이나 해피엔딩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말해 볼까?”, “지금이라도 내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 볼까?”라는 생각은 하게 만들죠.

 

요즘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인간관계 때문에 지친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한 번 자신과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처 준 사람도, 상처 받은 사람도, 모두 다시 한 번 말하고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영화입니다.

그게 바로 「목소리의 형태」가 남기는 여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정보 & 출연

원제: 聲の形 (A Silent Voice)

개봉: 일본 2016년 / 한국 2017년

감독: 야마다 나오코

원작: 오이마 요시토키의 동명 만화

장르: 애니메이션, 드라마

 

주요 캐릭터
- 니시미야 쇼코 (청각 장애 소녀)
- 이쇼야 쇼야 (과거 가해자였던 소년)